- 반남박씨 선조 300여 명에 대한 문헌을 번역하고, 범인학류적으로 연구서 《한국 한 총사대부의 삶》의 올해 하반기 출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종원 박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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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대부의 삶 을 출간하고 있는 반남박씨 종원 박호우. 25뉴스 | ||
[25뉴스 = 박승식기자] 지난 3년간 반남박씨 선조 300여 명에 대한 문헌을 번역하고, 범인류학적으로 연구한 총서 《한국 사대부의 삶》의 올해 하반기 출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종원 박호우입니다, 바야흐로 반남박씨 대종중의 차기 도유사 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출마하신 박승원, 박승석 미래 세대의 1 인으로서 감히 제언 드립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한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개인의 정체성’ 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무릇 가정에서 형성되어, 삶의 경험과 교육을 바탕으로 구축되는 개인의 정체성은, 현대 사회 속에서 ‘나’란 존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지남(指南, 나침반) 또한 시귀(蓍龜, 미래를 점치는 시초와 거북)와 같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단서로, 과거, 즉 조상들의 삶을 각종 문헌을 통해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현재의 삶을 성찰하며, 궁극적으로 미래 세대에게 조상들이 남긴 삶의 정수를 전승하는 일은 오직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숭고한 일입니다.
남계 박세채 선조는 1661년 반남박씨 조상들의 사적과 유고를 수집하고 엮은 책인《숭효록(崇孝錄)》의 서문에서, “선조에게 선행이 없는데도 칭찬한다면 이는 속이는 것이요, 선행이 있는데도 알지 못한다면 이는 밝지 못한 것이요, 알고서도 후세에 전하지 않는다면 이는 어질지 못한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선조들의 문집은 그들이 남긴 삶의 정수, 학문과 철학, 개인의 환난과 기쁨, 가족 간 효도와 우의, 벗과의 신의, 국가에 대한 충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인류학적 보고(寶庫)입니다.
현재 학계에 전해지는 삼국시대, 고려, 조선 사람들의 문집이 약 4천개 정도 됩니다. 그 중 반남박씨 선조들의 문집, 유고 등은 200여 개 정도 되는데, 반남박씨는 성관 별 인구수 대비 가장 높은 문집의 수를 가진 종중입니다. 제 책엔 약 300여 명의 반남박씨 남녀 선조들의 시문(詩文), 묘도문자 등이 총망라 되어 있는데, 대종중에서 간행한 사적 모음집인 ‘반남박씨 세적’보다 그 양이 몇배는 더 자세하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건의를 드리고자 하는 바는, ▲첫째, 한글세대를 위해, 또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해, 미간행된 선조 문집 간행사업을 대종중 차원에서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전국 도서관, 박물관, 종가, 개인 자택 등에 산재해 있는 반남박씨 관련 문집, 유고의 현황을 파악한 뒤, 우선순위를 선정하여 간행사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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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사대부의 삶 을 출간하고 있는 반남박씨 종원 박호우. 25뉴스 | ||
제가이 책을 열람하고 수집한 개인 문집의 개수가 최소 백 권이 넘는데, 예를 들어,상주공파 박성흠의 색은집, 약창공 박엽의 약창유고, 참봉공파 박성원의 자선집, 박준원의 금석집, 박종경의 돈암집, 박종영의 송오유고, 박성양의 운창집, 서포공파 박태유의 만어, 박태보의 정재집, 박란수의 동루고, 반성부원군파 박태손의 천휴유고, 박종긍의 유고, 남곽공파 박필성의 효정공유고, 박필조의 남파유고, 박회원의 아암산고, 길주공파 박사해의 창암집, 오창공파 박미의 분서집, 박의의 중봉집, 박필주의 여호집, 박사익의 박장익공주의, 박종선의 능양시집, 도정공파 박사욱의 회와만초, 박제순의 묘재집, 판관공파 박회무, 박종무의 육삼련고, 박중윤과 박정의 운재세고, 박종후의 성암유고, 박제연의 오헌유고, 박규양의 금남집, 박승진의 청하문집, 숙천부사공파 박안도의 초와유고 등의 미번역 문집들이 있는데, 더욱이 학계에 공개되지 않은 유고도 역시 상당수 존재합니다.
대종중에서 우선적으로 번역해야 하는 반남박씨 종중 역사의 기록으로 박세채의 숭효록, 박홍수의 박씨유서, 박정양의 반양세승, 박우양의 반남사, 세양공파 선조들의 기록을 모은 박정원의 금천박씨세승 등에는 호장공 이하 팔고조도(八高祖圖), 1741년 호장공의 석천암을 중수할 때 전국 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낸 성금에 대한 자세한 기록, 세양공 이하 합천의 야천선생, 거창의 거창신씨, 용인의 동추공 등 선조들의 선산을 경영하기 위한 위토의 구입 내역, 반남선생 이하 선조들을 배향한 전국의 서원들을 중수한 기록에 대한 시말, 선조들이 집안의 중대사를 위해 전국 종인들에게 보낸 통문(通文), 집안일을 마치고 축하하며 서로 주고받은 수십 편의 기문(記文)과 차운시(詩)들, 반남박씨 계모임 기록 등 약 800여 년에 걸친 문중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둘째, 연령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중 행사들을 정기적으로 주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1) 번역된 문집, 간행된 서적들에 대한 크고 작은 학술대회 혹은 출판기념회, ▶2) 남계 박세채, 서계 박세당, 근재 박윤원, 연암 박지원 등에 대해 최근 몇년간 학계에 발표된 유수의 논문 저자들을 초청한 학술 토론회, ▶3) 젊은 세대를 위한 하계 뿌리캠프 및 유적 답사 ▶4) 국내외의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하는 교양강좌, ▶5) 파주, 수원, 의정부, 함양군, 나주시 등 지자체와 함께하는 학술문화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논어 첫장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라 하였듯이, 배우고 경험하고, 실천하는 것만큼 사람에게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쓰며 반남박씨 선조들이 한국 역사에 남긴 사회, 문명사적 기여가 국내외의 교수, 학자들에게는 상당부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가치를 반남박씨 자손들이 온전히 알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선조들이 남겨 주신 유산이 실로 방대하여 종중 차원에서 할 일이 산적(山積)해 있다는 것은, 곧 불행이 아닌 축복일 것입니다. 모쪼록 차기 도유사님께서 종인들을 선도하시어 끊어진 학문을 계승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태평(太平)을 여는데 앞장서 주실 것을 바라겠습니다.
25뉴스 박승식기자 dong4911ok@naver.com
